1) 사구체종양이 뭔가요?
사구체(glomus body)라는 체온 조절 기능을 담당할 거라고 추정될 뿐 아직 정확히 그 기능을 알 수 없는 인체의 말초 기관에 생기는 종양을 말합니다.
사구체는 모세 혈관의 연결 없이 작은 동맥과 정맥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동정맥 문합으로 구성된 말초기관이며 한 층의 내피층과 이 주위를 둘러싸는 평활근의 특징을 가진 사구세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구체 종양은 여러 종류 세포로 이루어진 사구체 전체가 자라는 종양이라서 어느 한 종류의 세포가 증식하는 일반적인 다른 종양과 달리 과오종(harmatoma)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과오종이란 정상기능을 하는 정상 성숙세포가 수나 분포에 있어서 비정상으로 성장하는 종양을 말합니다.
2) 사구체 종양의 발생 원인은 뭔가요?
대부분의 종양들이 그렇지만 아직 정확한 발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환자에서는 특별한 원인 질환도 없고 가족 중에 사구체 종양이 있는 경우도 없습니다.
다만 극히 드물지만 가족 중에 여러 명이 사구체 종양을 가지고 있어서 유전이 의심되는 경우가 다른 나라에서 보고된 바는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한 환자에서도 여러 개의 사구체 종양이 생깁니다.
(familial glomangiomatosis)
최근에 발표된 논문과 저희 병원 경험상 신경섬유종증 제 1형(Neurofibromatosis type 1:NF1) 환자에서 사구체 종양이 잘 발생하고 이 경우는 특징적으로 여러 손가락, 발가락에 생기거나 한 손가락에도 여러 개의 사구체 종양이 발생합니다.
당연히 수술 후 재발할 확률도 높습니다.
따라서 수술전에 신경섬유종증 환자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경섬유종증 제 1형은 환자마다 병의 심한 정도가 달라서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TV 프로그램에 나올 정도로 눈에 띄는 얼굴 외모의 변화를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단순히 얼굴색이 약간 짙으면서 피부에 여러 개의 작은 혹이 만져지는 정도로만 경미한 경우도 있어서 환자 본인이 신경섬유종증 환자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희 병원에서 사구체 종양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역으로 신경섬유종증이 진단된 환자가 있을 정도입니다.
신경섬유종증은 제1형과 제2형으로 분류하는데, 전체 환자의 85%가 제1형이고 제1형은 주로 말초신경에서 종양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말초신경 형이라고도 부르며 제1형만 사구체 종양과 연관성이 있습니다.
신경섬유종증 제 1형은 신생아 3,500~4,000명 중 한 명의 빈도로 발생하므로 그렇게 드문 질환은 아니며, 남녀 환자 성비는 비슷합니다.
다발성으로 전신에 생기는 신경섬유종과 담갈색 피부 반점(우유 섞은 커피인 카페오레 색을 가진 피부 반점)을 특징으로 하는 상염색체 우성 유전질환입니다.
종양억제유전자 NF1(17번 염색체에 존재)의 이상으로 다양한 종양이 발생하기 쉬운 질환으로 기본적으로 유전성 질환이지만 부모로부터 유전 없이도 진단된 환자에게서만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경우가 50~70%로 높습니다.
다만 돌연변이로 발생한 환자로 자손에게는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므로 자손 중에 신경섬유종증이 발생할 확률은 매우 높습니다.
특별한 검사 없이도 피부의 특징적인 변화만으로도 신경섬유종증은 진단이 됩니다.
크기가 다른 담갈색 피부 반점(카페오레 반점)이 보이는데 이 반점이 6개 이상 나타나는 경우에 이 질환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들 피부 병변에는 통증, 가려움 등의 피부 증상은 없습니다.
사춘기 이후에는 얼굴을 포함한 전신의 피부에 많은 수의 다양한 크기의 약간 돌출된 부드러운 혹이 튀어나오며 점점 개수와 크기가 증가합니다.
3) 사구체 종양은 손톱 밑에만 생기나요?
사구체는 작은 혈관이 있는 어디에나 있으므로 이론상으로는 몸 어디에나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정상적인 사구체의 분포 자체가 손가락, 특히 손톱 밑에 가장 많이 존재하므로 손톱 밑에 사구체 종양이 가장 흔하게 생기는 것입니다.
또한 손톱 근처에 생기므로 일상생활에서 더 잘 부딪히고 그래서 생활에 불편을 느끼게 될 확률도 높은 것입니다.
손톱에서 어느 부위나 생길 수 있지만 보통은 손톱 중간보다 뿌리 쪽에 생기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다음으로 호발 하는 부위는 손가락 지문 부위입니다. 손톱 아래보다는 지방층이 두꺼운 부위라서 상대적으로 통증은 덜 한 편입니다. 다만 수술은 이 지방층으로 인해서 더 어렵습니다.
그 외 발톱 아래, 손목, 팔, 무릎 등에도 생길 수 있으며 위장 등 내부 장기에서도 생길 수 있습니다. (손톱 밑 > 손가락 지문 > 그 외)
4) 사구체 종양의 증상은?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살짝만 건드려도 심하게 아픈 통증입니다.
그 통증의 정도가 매우 심해서 진찰시에 누르려고 하면 환자가 손가락을 숨길 정도입니다.
어떤 환자는 승강기 단추를 누르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 부딪혔는데 너무 아파서 소리를 질렀는데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고도 합니다.
그리고 이 통증의 부위가 볼펜 심 끝으로 눌러서 꼭 집어낼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한 게 특징입니다.
이러한 특징적인 통증은 손가락이 아닌 다른 팔, 다리, 심지어 위장에 생긴 사구체 종양에서도 보이는 증상이므로 이러한 통증이 없다면 사구체 종양이 아니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이 특징적인 통증이외 다른 증상들은 추가적으로 있다면 진단에 도움은 되지만 그 증상이 없다고 해서 사구체 종양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추위나 찬물에 노출됐을 때 누르지 않아도 통증이 유발되는 경우는 60-70% 환자에서만 나타납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환자에서만 보이는 증상으로는 갑작스럽게 발작성으로 손가락 전체나 손, 팔까지 통증이 유발되기도 하고, 손톱 밑이나 피부 아래로 연한 푸른빛을 보이는 1cm 미만의 작은 반점, 그리고 손톱이 얇아지거나 갈라지는 등 손톱 변형이 있거나 손가락 지문부위에 깊숙이 만져지는 혹 같은 증상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기타 증상들은 사구체 종양의 특징적인 증상인 건드리면 심하게 아픈 통증이 있었던 환자들이 몇 년씩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해 종양이 많이 커진 경우에 나타나는 증상들입니다.
손톱 두께도 사람마다 손가락마다 다르므로 손톱이 두꺼운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손톱 변형보다 x-ray상 뼈가 눌리는 현상을 보이고 반대로 손톱이 얇은 환자들은 손톱 변형이 더 빨리 심하게 나타납니다.
손톱이 갈라지면 사구체 종양에 가해지는 압력이 줄어들어서 건드리지 않아도 아팠던 통증은 오히려 조금은 좋아지기도 합니다.
손톱 부위에 푸른 반점으로 보이는 이유는 사구체 종양 자체에 혈액이 많이 모이기 때문입니다.
붉은 색 피가 피부를 통해 보이면 푸르게 보이게 됩니다.
손등 정맥이 검푸른 색으로 보이는 이유와 같습니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 공유로 통증이 1-2년밖에 안된 아주 작은 사구체 종양 환자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증상이 오래 되지 않은 환자들은 건드리면 심하게 아픈 통증 이외의 다른 증상은 전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5) 사구체 종양의 위치에 따른 손톱 변형과 통증 양상
손톱 부위에 생긴 사구체 종양의 경우 손톱 양측 면이 아닌 중앙부위에 생길수록, 그리고 손톱 끝이 아닌 뿌리 쪽에 생길수록 통증도 더 심하고 손톱 변형이 더 심한 특징이 있습니다.
A그림에서 1번 위치와 4번 위치(B그림의 1번, C그림의 1번 위치)는 손톱과 뼈 사이에 위치해서 조금만 커도 아픈 위치이고 그중에 4번은 손톱 뿌리에 가깝기 때문에 손톱 변형도 잘생기므로 가급적 빨리 수술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A그림의 2번, 3번은 아래쪽에 뼈가 없는 위치이므로 (B그림의 2번 위치)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통증이 심하지 않은 편입니다.(물론 이때도 건드리면 심하게 아픈 증상은 있으며 건드리지 않아도 아픈 통증을 말하는 것입니다)
지문부위에 생기는 B그림의 3번, 4번, C그림의 3번 위치는 상대적으로 드문 경우이고 아무래도 깊숙이 숨어있으므로 상대적으로 덜 아픕니다.
다만 지문 부위라서 어느 정도 커지면 생활할 때 손톱 부위보다 더 많이 건드려지므로 생활에는 더 불편해집니다.
같은 지문부위라도 B그림의 4번이 B그림 3번보다 더 얕은 부위라서 잘 만져지므로 더 생활에 불편하구요.
C그림의 2번은 손톱 끝 부분 바로 아래쪽에 생기는 경우인데 당연히 생활에 많이 불편하고 손톱이 벌어져서 상처가 잘나서 감염 위험성이 높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