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택을 할지는 의사들도 쉽게 결정하기 힘듭니다. 사람마다의 가치관이 다르기때문입니다.
응급실에 절단 환자분에게 수술 설명을 드릴때도 여러가지 수술방법을 말씀드립니다. 수술방법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매우 다양합니다. 물론 과연 손가락을 살릴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겠지요. 그렇지만 비용, 성공가능성, 성공했을때 손의 기능, 전신 상태, 수술과 마취의 위험성, 다른 부위를 떼어오느냐, 입원기간 등도 선택에 영향을 미칩니다. 얼마전에 저희 병원에 손끝이 헬스기구에 잘린 분인데 워낙 끝부분이라 접합수술은 어렵고 젊은 분이라 임시로 배에 심어서 살리는 방법을 권했지만 본인은 절대적으로 절단수술을 원했습니다. 반대로 50대 후반의 환자분은 산재사고로 기계에 다쳤는데 같은 부위로 접합수술이 어렵다고 하니 어떤 방법이든 살려달라고 해서 임시로 배에 심는 방법(뱃살을 떼오는 수술과는 다른)을 했습니다. 이렇듯 선택은 매우 어렵고 의사로서도 의학적 판단뿐만 아니라 다른 요소들을 고려해야되므로 선뜻 결정해주기 어렵습니다.
요즘은 마취 의학이 발달해서 전신마취자체가 수술의 주저하게 되는 요소라 작용하는 경우는 드뭅니다.(물론 심장병이나 심한 당뇨등 내과적으로 좋지 않으면 위험하지만)
또한 아마도 산재보험이 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비용도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금 고려할 것은 과연 수술로 얼마만큼 손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느냐인데 아버님께서는 엄지도 다친 상태이므로 세번째와 다섯번째가 살아있다고 해도 손의 90%이상의 기능을 상실했을 것입니다.
물론 반복적인 수술로 손가락과 손을 살릴 수는 있을 것이지만 그 과정이 매우 힘들고 다른 다리나 배등의 살을 떼어와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수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는 다시 손목에서 절단해야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아버님의 상태를 알지 못해서 저도 어떤 것이 최선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제가 본다고 해도 어떤 결정을 내려드릴 수는 없습니다.결국 자녀분과 아버님이 결정해야되는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손목에서의 절단도 결코 나쁜 선택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절단을 하게된다면 길이에는 미련을 두지 마시고 충분히 잘라서 또 수술을 해야되는 경우(안좋은 피부를 남기게 되면 또 수술을 해야되는 경우도 있습니다)를 피해야됩니다. 또한 절단후 통증을 최소화 시키기 위해서는 가장 흔한 재수술의 원인인 신경종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팔꿈치와 어깨 관절이 굳지 않도록 해야됩니다.
결코 절단으로 치료가 끝나지 않습니다. 이후에 치료도 매우 중요합니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이미 다친 손이시므로 경제적인 도움이 되도록 장애판정을 가능한 빨리 받으십시요. 만약 절단을 하시게되면 동사무소 장애 판정과 보험사 장애판정이 바로 가능합니다. 다른 경우는 6개월이상 치료를 해야되지만 절단의 경우에는 예외규정이 있어서 바로 가능합니다. (동사무소나 보험사, 의사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산재는 치료종결시에 하도록 되어있으므로 나중에 하셔도 됩니다. 손목에서의 절단은 동사무소는 3급 장애가 되므로 혜택이 있습니다. 동사무소에 아버님 얼굴 사진을 세장 들고 가시면(대리인도 가능, 주민등록상 동사무소) 장애판정의뢰서를 줍니다. 보험사는 의사선생님께 말씀드려서 장해판정서을 받으면 됩니다. 급한 것은 아니지만 아버님의 사고로 어려운 살림에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명한 선택과 아버님의 쾌유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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