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분의 진단명인 VISI라는 진단명은 전방 개재 분절 불안정성이라고 번역되는 이름조차도 매우 어려운 손상입니다. 환자분을 수술해주신 교수님께서는 경험도 많으시고 학회에서도 알아주는 수부 전문의이십니다. 환자분의 수술전과 수술후의 방사선 소견상만으로는 인대 재건술은 충분히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환자분을 수술전 상태로 나둔다면 몇년안에 손목관절 전체에 심한 퇴행성변화가 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손목전체가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심한 통증을 유발하게 됩니다. 결국, 손목관절을 완전히 고정해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치료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됩니다. 따라서, 환자분이 받은 수술의 목표는 손목관절의 완전한 회복이 아니라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 됩니다.
사람이 만든 인대가 하느님이 만든 인대와 같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인대를 타이트하게 만들면 불안정성은 없어지지만 그만큼 관절운동은 손해를 볼 것이고 반대로 인대를 느슨하게 만들면 불안정성은 지속될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사람이 만들어 넣은 인대는 시간이 감에 따라 점차 느슨해지는 것이 보통이므로 수술시에는 정상 강도보다는 좀 더 타이트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운동범위는 다소 손해를 보게되지만 적절한 물리치료와 시간경과에 따라 약간의 느슨함이 생겨서 운동범위도 다소 회복되고 인대도 제역할을 하게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적어도 이론상의 설명을 그렇습니다)
환자분과같이 기계에 눌린 손상을 입은 환자들은 복합성 지역성 통증 증후군(CRPS)(예전에는 RSD, 교감신경성 이영양증이라고 불리던)이 잘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는 심한 통증과 운동제한, 부기가 지속적으로 남게 됩니다. 한번 발생하면 치료가 거의 어렵게 됩니다. 제 진찰소견은 환자분의 이런 상태가 조금 의심되기는 하지만 아직 확실하지도 않고 증상도 심하지 않습니다.
외래에서 설명드린대로 환자분은 상태는 병원물리치료실만 열심히 다닌다고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집에서도 열심히 노력하셔야 합니다(환자분이 열심히 하지 않는 다는 것이 아니고 지금까지 적절한 운동방법을 모르셨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르쳐드린 모든 동작은 약한 힘으로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해야한다는 것 잊지 마십시요.
온열치료는 도와주는 것이지 그것만으로는 관절운동은 회복되지 않습니다. 이를 악물고 하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심한 통증은 앞서 말한 CRPS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하나도 안아프면 관절운동범위는 증가하지 않습니다. 적당한 통증(본인밖에 모르는)이 좋은 것입니다. 운동을 하고 나면 손가락과 손이 많이 붇게 되고 통증도 심해집니다. 적절한 약물과 붕대 감기등으로 이를 조절하면됩니다.
5개월이면 길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아직은 좀 더 노력하시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다치기 전처럼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VISI라는 손상자체가 치료가 매우 어렵고 수술 결과도 좋지 않은 것입니다. 그것은 누가 수술했나의 차이는 별로 없습니다. 다른 나라의 논문들을 봐도 통계상으로 좋지 않은 결과가 대부분입니다. 그렇지만 좀 더 노력하신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좋은 상태가 될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마시고 제가 외래에서 긴 시간동안 가르쳐 드린 운동을 꾸준히 해보십시요. 제가 가르쳐 드린 운동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2개월정도는 더 해보시고 결론을 내리십시요. 지금은 수술로 해결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닙니다. 외래에서 말씀드렸죠! "학교열심히 다닌다고 공부 잘하는 것 아니다고 집에서 예습 복습 열심히 하셔야 한다고"" 무슨뜻인지 아시죠! 환자분을 믿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