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23년 6월부터 식당 주방일을 시작했습니다. 다음의 내용들은 일을 하면서 건강상의 상태를 기록해둔 내용을 참고하여 손가락 상태를 돌아본 것입니다. 일을 시작함과 동시에 신기하게 첫날부터 손발 부종이 시작되었습니다. 과거 10년 전 쯤에 일하다가 방아쇠 수지를 앓은 적이 있고 완전히 나았고 재발한 적은 없었습니다. 당뇨나 기타 내과질환은 없는데 말초 혈액순환이 좀 안되는 증상은 원래 있습니다.
ㅡ 23년 7월 10일, 자전거 낙상으로 오른쪽으로 넘어지면서 오른손 중지 너클부에 타박상 / 찰과상을 입었습니다. 그날 과자 봉지를 오른손으로 뜯지 못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당시 병원에는 가지 않았습니다. 사고 당일에도 그냥 일을 했습니다.
ㅡ 23년 8월이 되기 시작하니 슬슬 오른손 중지에 본격적인 운동 불편감과 통증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중지를 중심으로 좌우 3개 손가락까지 붓기와 피멍 같이 울긋불긋한 피부상태가 관찰되었습니다. 그냥 견디고 버티면서 일을 계속 했습니다. 사실 막 익힌 일이 재미도 있었고 알량한 책임감에 손가락 문제로 곧바로 일을 그만두게 되어버릴까봐 그냥 자연회복을 기대하고 견뎠습니다.
ㅡ 23년 10월 29일, 오른손 중지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고, 11월 4일, 오른손 중지가 쫙 펴지지 않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손가락이 어정쩡하게 곡선으로 있는 상태에서 장갑을 끼거나 벗을때 극심한 통증을 느꼈으며 생활 속에서 오른손을 쓰기 어려울 정도의 시기도 있었습니다(양치질, 옷 갈아입기, 키보드 타이핑). 정말 어리석었지만, 이 상태로도 일은 할 수 있었고, 일을 시작하면 몸을 써서 그런지 몸과 손에 피가 돌아 통증이 좀 줄고 손가락의 가동범위와 운동성이 살아나서 일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ㅡ 23년 11월 6일, 오른손의 주먹이 쉽게 쥐어지지 않는 것을, 주먹에서 손가락을 펴는 것도 쉽게 되지 않음을 인지했습니다.
ㅡ 날씨가 추워지고 통증이 줄어드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매일 일의 내용이 뜨거운 물을 만지다가 어느새 얼음물에 손을 담그는 작업을 하기도 하는지라 여기서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증상이 왔다갔다 했습니다. 그래서 뭔가 좋아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주먹이 쥐어지지 않는 것은 여전했고, 갈수록 일이 너무 고되서 손가락은 그냥 낫겠지 하며 무시하고 방치한 채로 고통을 해소하고자 흡연과 음주와 야식 섭취가 심화되었습니다. 일을 그만두기 전까지 오른손을 사용하다가 중지를 어디에 부딪히거나 하여 마치 문에 찧은 듯한 격심한 통증을 느낀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ㅡ 결국 다른 건강문제도 생겨서 24년 2월 초에 일을 그만두었으며(동시에 지금까지 금연/금주하고 있습니다), 동네 2차 병원에서 피검사를 했는데 특이사항은 없었고 류마티스도 음성이었는데 <손가락 구축>에 대한 류마티스 관절염 진료를 위해 굳이 3차 병원에 내원하여 엑스레이 / 피검사를 했는데 류마티스는 아닌 것으로 진단 받았습니다.
ㅡ 그 이후 3월 4월에도 추가로 정형외과에는 가지 않았고 쉬면 낫겠지, 통증이 사라지면 그 이후에 어떻게 해보자 하면서 주먹을 쥐려고 하지 않았고, 손 사용을 최소한으로 유지하였으며, 그간 쌓인 전신의 피로누적으로 극도의 비활동적인 휴식상태로 지냈습니다.
ㅡ 그러다가 손이 나아지지 않는 것을 알아챘고, 본능적으로 4월 29일부터 손 운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검색결과로 예손병원의 상담글들을 발견하면서 절망 반 희망 반을 가지고 자가치료를 하루하루 이어 나갔습니다. 오른손 중지 전체와 A1 활차를 중심으로 통증이 상당했는데 소염진통제를 복용하지 않고 염증반응과 열감 / 붓기를 그대로 견뎌가면서 몸부림치며 주먹쥐기를 했습니다. 물론 첫날부터 주먹쥐기를 시도한 것은 아니었고 두꺼운 봉 같은 것을 쥐는 수준까지 가동범위를 확보해 나가며 작은 움직임에도 쏟아지는 통증을 견디며 운동범위를 조금씩 넓혀 갔습니다. 하다하다 힘들면 누워서라도 눈 감고 이 악물고 손가락을 움직였습니다.
ㅡ 그러다가, 그래도 의사선생님으로부터의 상태진단은 받아야하지 않을까 싶어, 5월 22일에 동네 손전문 정형외과의원에 가긴 갔었는데 엑스레이 상에는 문제가 없었고, 과거 손상태의 이력은 말 하지도 못한채 주먹이 안 쥐어지는 손을 보여주면서 운동치료로 회복될 수 있을까를 여쭤보니 필요하면 수술을 해야한다면서 적극적으로 수술을 먼저 이야기하셔서 약간 언쟁 비슷하게 하다가 <어디 할 수 있으면 해봐라>라는 말을 듣고 제대로 된 진단명도 듣지 못하고 쫓겨나듯이 진료가 끝났습니다. 당시에 이미 늦기도 상당히 늦었을 이 첫 진료를 잘하지 못한 것으로 인해 그 이후의 진단도 기약없이 미뤄버리고 지금까지 와 버렸습니다.
ㅡ 주먹 쥐는데에 1시간 이상, 펴는 데에 1시간 이상씩 걸리다가 그게 차츰 줄어들어 쥐는데에 30분, 펴는데에 30분 정도까지 단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손의 통증 / 열감 / 붓기는 여전하여 더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24년 6월 18일에 동네 마취통증 의학과에서 소염진통제를 처방받아 아침저녁 5회분을 먹었습니다. 여기서도 속성 진료와 함께 스테로이드 주사만을 대뜸 권하여 주사는 거부했습니다. 소염진통제 5회분을 먹을 즈음부터 열감 / 붓기 / 피부변색 / 통증이 줄어듦과 동시에 손가락의 굳기가 상당히 심해졌음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복용을 바로 중단했는데 그 이후로 6월 26일 오늘까지 손가락이 뻑뻑해지고 단단해져서 온수에 손을 담그고 주먹쥐기를 시도해도 전보다 훨씬 오랜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ㅡ 거의 두 달 동안 주먹쥐기 운동을 하면서 통증 범위도 줄었고, 운동범위도 회복되었으며, 하루하루 좋아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하루를 꼬박 바쳐도 주먹 쥐는 횟수도 적고 지루함과 통증도 있어서 하다하다가 결국 지쳐 누워 나가 떨어지게 됩니다. 손가락 때문인지 일에서 과로했던 것이 회복이 안되는 것인지 쇠약감에도 시달리고 있어 일상생활이 힘겨울 정도입니다.
ㅡ 온수에 넣어서 하든, 온수 없이 하든, 결국에 오래 걸려서라도 주먹이 온전히 오른손 손가락 자력으로 완전히 쥐어지긴 합니다. 그리고 주먹을 쥐는 거의 마지막 단계에서 A1 활차 부위에 뭔가 통증과 함께 기어가 바뀌는 느낌이 들면서 주먹 상태의 모양으로 손가락이 전환되고 아래 사진처럼 중지만 구부러진채 수십분에 걸쳐서 손가락을 펴야 합니다. 주먹을 쥘 때처럼 결국 느리더라도 자력으로 펴지긴 펴집니다. 꺾이고 펴지는데에 중지 마디마디가 다 문제가 있긴 한데 왼손만큼은 아니지만 결국엔 거의 쫙 펴지긴 합니다(굳이 표현하자면 98%정도 입니다).
ㅡ 소염진통제 5회분 복용으로 염증이 잡혀버린건지 붓기 / 열감 / 통증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물론 2-3-4번 손가락 A1 활차 부위에 굽힐 때 쑤시는 통증이 있습니다. 문제는 약 복용 이후 손가락이 뻑뻑하게 굳어서 지금 상태로 보면 온수에 넣지 않고서는 주먹쥐기를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굳은 느낌입니다. 지금은 중지가 90도 정도에서 굽힘이 멈추고 A1 활차부위에 통증과 함께 강한 저항을 느낍니다. 약 복용 이후 최근 하루하루 심해지고 있으며 오늘이 가장 심합니다. 약 복용 전의 모든 것을 견디며 주먹쥐기가 원활했던 상태가 맞는건지, 염증이 잡혀버려서 굳어버린 지금이 바람직한 상태인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ㅡ 오늘을 기준으로도 이미 많은 기간이 지났고,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병원에 가서 진단 받는 것도 두렵고, 그냥 혼자 운동치료로 나아지겠지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돌아보니 손가락 중요한줄 모르고 자전거 사고날에 병원에 가지 않은 것이 가장 후회가 됩니다만, 앞으로 운동치료만으로 회복이 될런지 내원해서 진단하고 수술이라도 해야 할런지 걱정이 됩니다. 아니, 이제와서 내원을 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가, 이미 손가락 장애를 얻었고 끝난 것이 아닌가 참담한 심정입니다. 치료 방법이 있을까요? 손가락 정상화에 희망이 있을까요?
ㅡ (내용추가) 왼손도 사실 오른손보다 심하진 않지만 부종 / 뻑뻑함 / 방아쇠 수지 증상이 있었습니다. 현재는 왼손 네번째 손가락에 자력으로 튕기며 손가락을 펼 수 있는 경미한 방아쇠 수지 증상이 남아 있는 상태이고, 왼손도 아침마다 주먹을 온전히 쥐기가 쉽지 않고 뻑뻑한 증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