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답답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재접합 수술은 아주 어려운 수술이고 변수가 너무나 많은 수술이므로 어떤 뛰어난 의사도 100% 성공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또한 절단도 환자나 보호자분들이 생각하는 싹둑 잘리는 절단보다는 뭉개지고 뽑히는 등 다양한 절단 형태가 있고(이 형태가 당연히 더 여러움) , 절단 부위(손가락 끝일수록 어려움) 와 어떤 손가락인지(엄지가 수술 자세가 나오지 않아 훨씬 어려움, 새끼 손가락은 작아서 어려움), 그외에 환자의 변수(나이, 흡연여부, 고혈압과 당뇨등 지병여부)도 있습니다..
전국에 재접합술을 제대로 할수 있는 의사는 100명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수술시간만 몇시간 걸리고 시간을 다투는 응급으로 밤을 새서 해야되는 수술인데 수술료는 재접합술을 성공해야만 150만원대입니다. 실패하면 그것도 다 안주고 반만 줍니다. 그러니 접합수술을 하는 의사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습니다. 현 의료 사태이후 유행한 용어인 일명 " 낙수과"에 해당합니다.
제가 몇 년전에 외국인 노동자의 손가락 네개를 오후 4시에 시작해서 다음날 새벽 네시반에 끝냈고 다 생존시켰는데 받은 수술료가 500만원 채 안됬습니다(지금은 조금 올라갔지만) 이때 마취과의사와 제가 밤을 새웠고 당연히 간호사 두명도 같이 일했구요. 수술료에는 인건비, 장비사용료, 재료대가 포함된 것입니다. 원래 야간 가산이라고 밤에 수술하면 수술료를 더 주는데 오후 6시 이전에 수술을 시작했다고 그것도 안줬습니다. 그리고 몇년후 그 외국인 노동자가 저에게 소송을 걸었습니다. 자기가 생각하기에 손가락이 길이가 안맞아서 손가락 위치를 바꿔서 수술한게 아니냐고... 그 외국인 노동자가 뭘 알겠습니까. 옆에 이를 꼬드긴 사람이 있겠죠.
재접합술 과정에서 혈관, 피부, 길이가 짧아지므로 어쩔수 없이 뼈를 일부 단축시켜야 성공율이 높아집니다. 또한 혈관 상태에 따라서 얼마든지 위치를 바꿔서 접합술을 할수 있습니다. 엄지이외에 손가락 네개를 잘렸을 때 엄지와 가장 먼 새끼 손가락을 살리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야 손 전체의 기능이 좋아지니까요. 말은 안통하지만 그 환자에게 고맙다는 말은 못들을 망정 소송이 걸릴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다행히 현명한 판사님을 만나서 저희가 소송을 이기기는 했지만 그 자괴감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지금도 재접합술을 해야되나 항상 고민할 정도입니다.
물론 성공하면 환자나 보호자 뿐 아니라 의사도 서로 좋겠지만 재접합술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쉬운 수술이 아니고 실패할 확률도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성공한다고해서 완벽히 정상으로 돌아가는 경우는 거의 없기때문에 어느 정도의 장애는 남게 됩니다. 처음에는 손가락만 살려달라고 했던 환자도 나중에는 이것밖에 못움직이냐, 감각이 이상하다 등 많은 불만을 쏟아내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재접합술을 성공한 환자에게 고맙다는 소리들 들어본 적은 없어도 손가락, 발가락을 어쩔 수 없이 잘라줬던 환자들은 오히려 고맙다고 합니다.
넉두리가 길었습니다만, 이렇게 길게 쓴 것은 재접합술이 성공하던 실패하던 재접합술을 해 준 의사는 몸과 정신을 갈아넣으면서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는 것을 이해해달라는 뜻입니다.
2) 본 답변은 참고사항일 뿐이며 환자분의 상태와 전혀 맞지 않을 수 있으며 어떤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담당의사가 환자분의 상태를 가장 잘알고 있으며 향후 어떻게 치료할지도 담당의사가 결정할 문제입니다.
3) 여기서 color change가 진행된다함은 이유가 뭐든간에 혈액순환이 되고 있지 않다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전문의가 보기에는 다른 시선도 있을까요? 색이 저러다가도 보통 돌아오는 경우가 많은가요?
> 색이 시퍼렇게 되고 검어진 것은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긴 것이고 일단 생긴 혈액순환문제는 수술후 24-48시간이내라면 재수술을 해보는 경우도 있지만(재수술을 한다고해도 장담할 수 없는게 재접합술이라서 이를 할지 말지도 결국 담당의사가 결정해야됩니다. 재수술을 안했다고 잘못했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특히 두개의 손가락을 재접합술을 한 경우는 한 개 손가락을 추가로 살리기 위해 수술하다가 다른 손가락까지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이 큽니다. 혈관을 일시적으로 차단해야되는 지혈대도 써야되고 환자분에게 스트레스를 가하는 것이므로 그 자체로도 혈관이 막힐 수 있음. ) 그 이후에는 해결 불가능합니다.
물론 거머리 요법이나 고압산소 요법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최선을 다해보는 정도이지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듭니다.
아주 드물게 겉 피부는 죽어(괴사)되여 보여도 속에 살아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감염이 없는 경우라면 충분한 시간을 기다려서 괴사범위가 명확히 구분될 때 절단하는게 일반적입니다.
4) 2, 3번째 사진 20일 현재 괴사가 이미 진행된 시점에서 절단 외에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만약 피부만 괴사된 거라면 피부만 긁어내고 피부이식술을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요...
> 올리신 사진이 오늘 현재 사진이라면 세번째 손가락은 그리 나쁜 편은 아니고 네번째 손가락은 가망이 없어 보입니다.
> 물론 세번째 손가락도 수술후 2주가 되어야만 안심할 수 있습니다. 2주이전에는 언제든지 혈액순환이 갑자기 막혀서 괴사가 될수도 있습니다. 다만 의료보험이나 산재 보험에서는 1주일까지만 혈관확장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준이 정해져있습니다. 그 이상 사용한다고 해서 생존율이 더 높아진다는 근거가 없고 간에 나쁘기때문입니다. 가끔 환자나 보호자들이 약을 왜 끊는지 물어보는 경우도 있어서 추가로 답변드리는 것입니다.
>재접합술에서 괴사는 피부만 죽는 게 아니고 거의 대부분은 피부아래 지방조직, 뼈까지 같이 괴사됩니다.
재접합술에서 피부만 죽는 경우는 3항에 설명드린 대로 극히 예외적인 경우이므로 큰 기대는 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또한 손톱이 생존하지 못하면 어떤 방법으로도(피판술 같은) 손가락을 길이를 유지한다고 해서 미용상으로도 개선되지 않습니다.
재접합술후 괴사된 경우 가끔 길이를 유지하기 위해 피판술을 하기도 하는데 감염 위험성이 매우 높아지므로 정말 신중히 결정해야됩니다.
손톱까지 완전히 만들어주려면 발가락 이식수술은 있으나 엄지를 제외하고는 손가락 하나 가지고는 의료보험이던 산재보험이던 이를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모든 비용을 본인이 전액 부담해야되므로 수천만원이 들 수 있고 이것도 재접합술에 준하는 수술이므로 실패할 수 있는 것이고 실패하면 손가락과 발가락이 둘다 없어집니다. 그래서 하지 않는 것이죠.
5) 혹시 color change가 관찰됐던 시점에 괴사의 전조증상이라는 전제 하에 치료를 했다면 할 수 있는 치료가 있었을까요? 아니면 괴사는 막을 수 없는 건가요?
> 위에 답변 드린 대로 없습니다. 거머리까지 써주신 것으로 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입니다.
6) 다른 골절이나 정형외과적 수술과는 달리 수지접합 수술은 수술 후에 수술 부위의 감각이나 온도, 순환상태에 대해 별도로 체크하지 않는 편인가요? 아니면 이 부분은 병원이나 의사들마다 다를까요?
> 우리나라 의료 체계에서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미국에서 재접합술하는데 억대의 비용이 듭니다. (식코라는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을 보시기 바랍니다) 돈이 없어서 한개만 붙히고 나머지는 자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미국에서도 의사가 회진을 몇번이나 돌까요?
> 잠도 못자고 집에도 못가면서 밤새 재접합수술하고 나서 다른 환자는 진료 하지 말고 자주 와서 환자 상태를 체크해야된다고 생각하시나요?
> 뭔가 잘못 알고 있으신 것 같은데 다른 골절이나 정형외과 수술도 하루 한번 아니면 두번 밖에 회진 돌지 않습니다.
대학병원도 마찬가지죠. 교수님 회진은 한번이고 전공의도 하루 한번 아니면 두번입니다(전공의가 없어진 지금은 어떤 지 모르겠습니다만)
나머지 시간에는 간호사들이 24시간 교대로 확인하면서 이상이 있으면 주치의나 당직의사에게 보고하고 그때 가보거나 전화로 지시하는 것입니다. 간호사도 24시간 바로 옆에서 환자를 볼수 있는 게 아니죠. 중환자실도 아니고...
7) 4번째 사진은 수술 후 이틀째입니다. 사진상으로만 보았을 때 정확한 판단은 어려우시겠지만 약지는 피가 잘 빠지지 않아 고이는 상태인 것 같은데 (물론 주사기로 해당 부위 피를 흡인하긴 했습니다.) 이 상태가 해결이 되지 않아서 괴사로 진행됐을 가능성도 있어보일까요?
> 뭘 생각하시는 것이지는 모르지만 1)항에 충분히 설명드렸다고 생각합니다.
> 거머리를 쓰는 경우나 피를 강제로 빼는 과정(구제요법)은 동맥 순환은 원활한데 정맥순환이 안될 경우에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동맥을 아무리 잘 이어도 정맥이 작동하지 않으면 결국 동맥도 막히게 됩니다. 정맥은 주로 손가락 등쪽에 발달해 있어서 여기서 봉합수술을 해야되는 손톱부위에서 절단된 경우는 정맥을 잇지 못하게 되므로 거머리나 구제요법으로 정맥이 새로 자라들어가는 기간까지(보통 1-2주) 정맥역할을 대신해주는 것입니다. 이런 방법은 손톱부위는 매우 끝부분이라 이정도로도 생존이 가능하고 정맥이 자라들어가야될 거리가 짧아서 가능한 것입니다.
물론 이들 방법은 유리 피판술이나 환자분처럼 손톱 보다 아래쪽에서 절단된 경우에 정맥순환이 부족할 때도 쓰기도 합니다만 손톱 끝부분처럼 정맥이 아예 기능을 하지 않는 경우는 큰 도움이 안됩니다.
8)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것인데 지금 상황에서 다른 병원을 옮기시는 것은 극히 좋지 않은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