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은 경우가 일하다가 다치시는 산재사고입니다.
절단하면 날카롭게 싹둑 잘린 것만 생각하시는데 그런 경우는 오히려 드뭅니다.
기계나 무거운 물건에 눌린 경우가 더 많습니다.
기계톱 손상도 단순히 싹둘 잘리는 게 아니고 톱밥처럼 지나간 자리는
뼈, 힘줄, 신경, 혈관도 모두 없어져버립니다.
드릴 같은 회전 공구에 손가락이 말리면서 뽑혀 나가는 절단 유형도 있습니다.
일반 환자들은 문에 끼이는 사고인데 꼭 건물에 있는 문이 아니고
차문이나 트렁크 문에도 잘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상생활에서도 주의를 해야 됩니다.
문에 끼어서 잘린 경우는 손가락 끝부분이고 으깨어진 경우가 많아서 접합수술도 어렵습니다.
어린 아이들도 문이나 에스켈레이터에 끼어서 절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드물게는 반지를 끼고 있는 손가락이 어디에 걸려서 손가락 피부가 훌러덩 벗겨지는 것도 절단에 속합니다.
반지도 위험한 물건입니다.
2. 손가락이 절단된 상황에서 병원으로 이송할 때,
절단된 손가락은 어떻게 가져와야 할까요?
어떤 절단이던 가능한 일찍 수술하는 것이 결과가 좋은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손가락 접합 수술은 아무 병원에서나 할 수 없는 고난이도 수술입니다.
이렇게 접합 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드물기 때문에 환자들이 이병원 저병원 다니면서
시간을 소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병원도 대학병원 시스템 상 응급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1339 응급의료 정보센터의 도움을 받아서 접합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바로 가는 게 좋습니다.
손가락을 포함한 사지 절단손상으로 혈액순환이 안되는 경우 가장 취약한 인체조직은
근육 조직입니다.
다행히 팔과 달린 손가락은 근육이 없는 부위이므로 절단부위를 적절히 보관해서
병원에 가면 시간이 조금 지체되더라도 큰 어려움이 없이 수술을 할 수 있습니다.
반면 근육이 많은 아랫팔 윗부분(팔꿈치쪽)보다 몸통쪽(윗팔 포함)에서의 절단은
절단 후부터 혈관봉합술까지 상온에서 6-8시간 이상 경과될 것으로 생각되면
재접합술을 하지 않아야 됩니다.
그 이유는 근육이 죽은 상태에서 혈관을 이어주면 죽은 근육 조직으로부터 나온 나쁜 물질들이
몸 쪽으로 이동해서 급성 신부전(콩팥 기능의 상실), 고 칼륨혈증 등을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팔다리는 살았는데 환자는 죽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근육이 별로 없는 손목근처의 절단은 냉장보관만 잘되면 12시간까지도 재접합술이 가능합니다.
근육이 없는 손가락 절단의 경우에는 상온에서 8시간, 냉장 온도에서 30시간까지도
접합수술이 가능합니다.
최장 72시간에도 접합수술이 성공한 례도 보고된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통상적으로 상온에서 허혈 시간이 12시간 이상, 냉장보관에서도 24시간 이상 지나면
접합 수술 성공률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무조건 온도가 낮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영상4도보다도 더 낮은 온도에서는 조직이 얼게 되서 동상으로 인해 오히려 조직이 파괴되는
역효과가 나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절단된 부위는 생리식염수(수돗물은 안됨, 소금 농도가 맞지 않아서
오히려 조직에 손상을 초래)를 적신 거즈를 비닐에 싸서 이를 다시 얼음이 차 있는 주머니에
담아서 병원에 오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때 주의사항은 조직이 마르지 않도록 해야 되며 가능한 무균상태를 유지하도록 하고
얼음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해야 되는 것입니다.
가끔 어린이들의 손가락 끝 손상에서 잘못 알려진 민간 의학 상식 때문에
엄마들이 절단부를 입안에 넣어서 병원에 가져오는데 이는 입안 세균에 의한 감염 위험성도
높아지고 조직의 온도도 올려서 접합수술의 실패하게 하는 잘못된 행동입니다.
알콜, 소주, 우유 같은 액체에 담가 오는 것도 조직을 더 파괴하므로 절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3. 절단된 면은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어떻게 보존해야 할까요?
절단부위에서는 당연히 출혈이 많이 됩니다.
그러나 손가락의 혈관은 매우 작기 때문에 눌러주는 것만으로도 지혈이 됩니다.
피가 많이 난다고 해서 당황할 필요가 없습니다.
생리 식염수로 가볍게 씻어주고, 깨끗한 거즈로 감싸서 다치지 않은 손으로 눌러주면 지혈이 됩니다.
거즈를 떼면 다시 출혈이 생길 수 있으므로 떼어보지 않는게 좋습니다.
병원까지 가는데 오래 걸린다면 거즈를 두껍게 대고 탄력붕대로 살짝 둘러싸주면 됩니다.
병원까지 가는 동안 조금 피가 흘러도 몇 시간 정도는 생명이 위험하지 않습니다.
가끔 고무줄 같은 것으로 꽁꽁 묶어서 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하면 혈관이나
피부 손상으로 인해 접합수술은 더 어려워집니다.
4. 절단된 부위를 잘 보존해와도 접합이 어려운 경우가 있을까요?
손가락 절단 환자 모두가 접합 수술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일단 부위가 중요합니다.
손가락 아주 끝부분은 혈관이 너무 가늘어서 접합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혈관을 잇지 못하더라 차선책으로 손가락을 살릴 수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아무리 끝부분이라도 절단된 부위는 반드시 병원에 가져가셔야 됩니다.
그리고 어떻게 절단되었는지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으깨어진 손상의 경우는 광범위한 혈관, 피부 손상으로 접합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삭뚝 잘린 것이 접합수술이 더 용이합니다. 또한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가
장시간의 수술과 마취, 그리고 항지혈제, 혈관확장제등 많은 약제를 사용하는 것을
견딜 수 있어야 됩니다.
물론 나이가 많다고 접합수술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혈관상태도 좋지 않아
성공률도 떨어지고 절단 후 기능 회복도 좋지 않으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에는
손가락을 살리려다가 생명이 위험해지는 상황이 될 수도 있으므로 신중히 결정해야 됩니다.
5. 어떤 순서로 접합을 하게 되나요?
[뼈 - 건 - 동맥 - 신경 - 정맥 순으로 접합]
정해진 순서는 없지만 일반적으로는 큰 것부터 시작해서 작은 것으로 진행합니다.
뼈를 고정하지 않고 혈관을 먼저 이어주면 뼈 수술을 하다가 이어놓은 혈관을
다시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손가락이 아니고 팔, 다리의 경우에는 앞서 말한 근육에 피가 안 통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동맥과 정맥을 먼저 잇기도 합니다만 드문 경우입니다.
보통 뼈나 관절을 고정하고 손가락 앞쪽에서 구부리는 힘줄, 굴곡건을 봉합한 뒤
동맥을 이어주고 양쪽 손가락 신경을 이어줍니다.
그리고 앞에 피부를 꿰매고 뒤집어서 손가락 뒤쪽에서 펴는 힘줄, 신전건을 봉합하고
정맥을 봉합합니다.
손가락의 중요 동맥과 신경은 앞쪽, 손바닥면에 있고 정맥은 손가락 등쪽이 더 두껍기 때문에
앞과 뒤를 나눠서 수술하는 것입니다.
7. 접합하고 나서도 수술 후 처치가 중요할 거 같은데,
접합 후에는 뭐가 제일 중요한가요?
손가락 혈관은 매우 가늘고 예민해서 주위 온도나 흡연, 감정적 흥분만으로도
이어놓은 혈관이 막혀서 접합수술을 실패할 수 있습니다.
짧게는 1주일, 길게는 2주일까지 혈액순환이 잘 유지되어야만 손가락이 완전히 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술후 관리도 수술만큼이나 중요합니다.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흡연은 절대로 해서는 안되겠지요.
카페인이 든 커피나 홍차, 음료도 안되구요.
너무 차갑거나 뜨거운 음식이나 음료도 피하도록 합니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영향을 주는 요소는 피하는 것이 좋은것이죠.
일주일정도는 목욕이나 머리 감기도 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정서적 안정을 위해 1인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바깥출입과 면회도 못하게 합니다.
재접합된 부위는 심장보다 약간 높은 위치에서 항상 따뜻하게 유지시켜야 합니다.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열을 가하면 안되고 방 온도도 너무 덮지도 춥지도 않게
24-5도를 유지합니다.
여름철에는 너무 더운 것 자체도 좋지 않으므로 에어컨을 약하게 틀어주는데
에어컨 바람이 직접 쏘이지 않게 해야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고압산소 치료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혈관 확장제와 피가 굳지 않게 하는 약물들을 집중 투약합니다.
통증도 혈관에 영향을 주므로 적절한 약물로 통증도 조절해줍니다.
이러한 약물들은 간 기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혈액검사를 통해 간 기능 이상도
확인해서 약물을 조절해야 됩니다.
8.칼이나 바늘로 상처를 내고 계속 피가 흘러나오게 하면, 그에 따른 통증은 없나요?
절단부위는 신경이 잘렸기 때문에 통증도 없습니다. 신경은 이어준다고 해서
바로 감각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고 연결부위에서 다시 자라서 들어가야 되므로
손가락 끝이라고 해도 통증을 느끼는 감각은 몇 주가 걸려야 회복됩니다.
가끔 신경은 안 끊어지고 혈관만 잘려서 피가 통하지 않는 절단 손상이 있는데
이런 경우는 신경을 잘라서 다시 이어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통증 때문에 구제요법 때 바늘로 찌를 수 없기 때문이죠.
손가락 끝 신경은 이어주면 잘 돌아오기 때문에 멀쩡한 신경을 자르고 이어도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9. 그 이외에 조심해야 하는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접합 수술은 수술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수술한 의사도 2주 동안은 맘이 항상 불안합니다.
언제든지 혈액순환이 안되서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환자와 보호자들의 협조도 필수적입니다.
손가락 접합 수술 환자에서 환자가 오십대 이상인 경우 팔을 잘 쓰지 않아서
오십견으로 어깨 통증과 함께 팔이 잘 올라가지 않는다고 하시는 경우가 많으므로
어깨운동을 자주 해주어야 합니다.
어깨운동을 한다고 해서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지 않으므로 예방적 운동이 중요합니다.
성공적으로 접합부위가 살았더라도 기능과 감각 회복에는 많은 노력과 추가 수술이 필요합니다.
감각이 떨어지므로 물리치료를 한다거나 손가락이 차갑다고 열치료를 하다가
화상을 입히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됩니다.
접합부위는 혈액순환이 아무래도 잘 안되므로 퇴원 후 보온에도 주의해야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