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지증" 에 관해 문답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1. 다지증, 어떤 질환을 말하나요?
손가락이던 발가락이던 한 개 이상 더 많은 경우를 다지증이라고 합니다.
손가락에서는 엄지 손가락이 발가락에서는 새끼 발가락이 하나 더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다른 손가락이나 발가락에서도 드물게 생길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발가락과 손가락 모두에 다지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2. 다지증의 경우, 보통 몇 개의 손가락이 더 있는 건가요? 이전 사극에서 육손이라고 불리는
인물들을 종종 봤던 거 같습니다. 손가락이 6개인 경우가 대부분인가요?
손가락이 여섯개인 경우가 많아서 육손이라고 부릅니다.
개인적으로는 “육손이”라는 어감이 좋지 않아 사용하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육손이가 네 친구라도 되냐”라는 EBS 드라마가 2011년도에 방송된 적 있습니다.
초등학교 에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던 다지증 환자를 소재로 했던 단편극이었습니다.
물론 현재는 대부분 어릴 적에 수술을 하기 때문에 드라마에 나오는 경우와 같은 환자를
보기는 힘들 것입니다.
지금까지 보고된 환자 중에는 인도에서 2010년에 태어난 환자가 양손 모두 2개씩 더 있어서
14개의 손가락을 가진 경우가 가장 많은 수의 손가락을 가진 환자였습니다.
3. 한 쪽 손만 다지증이 있는 게 일반적인가요, 아니면 양쪽 다 있는 게 일반적인가요?
대부분의 경우에는 한 쪽 손만 생깁니다.
그렇지만 양손에 모두 생기는 경우도 있고 양손, 양발에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4. 다지증의 발생빈도는 어떻게 되나요?
발생빈도에 대한 통계를 정확히 내기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나 보호자들이 다지증에 대해 숨기기를 원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유전에 대해 연구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인종에 따라서도 발생빈도가 다릅니다.
500명에 1명이라는 주장부터 3천명에 1명, 10,000명에 1명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다만 저희 경험상 그렇게 드물지 않은 선천성 이상이라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나 서양 인종은 새끼 손가락 쪽이 상대적으로 많은 반면 동양 인종은
엄지손가락 다지증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 환자들의 손가락 다지증은 대부분은 엄지 손가락에 생깁니다.
앞서 말씀 드린 대로 발가락 다지증은 새끼 발가락 쪽에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태생학적으로 엄지 손가락과 새끼 발가락이 비슷한 위치에 해당합니다.
엄마 뱃속에서 팔과 다리가 반대로 회전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팔꿈치는 안쪽으로 구부러지지만 무릎은 반대로 뒤로 구부러지는 것을 생각해보시면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5. 다지증, 유전적 질환인가요? 유전적 질환이라면 대물림 될 확률은 어느 정도 인가요?
앞서 말씀드린대로 발생빈도, 유전 확률에 대한 연구를 정확하게 하기 힘듭니다.
특히 유전확률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정서상 배우자 가족 중에 다지증이 있었다는 것을 큰 결함으로 받아들이니까요.
실제로 젊은 연인 두 분이 제 외래로 오셔서 상담을 받은 적 있습니다.
아름다운 예비 신부의 엄지 손가락이 어릴적 다지증 수술로 인해 많이 휘었거든요.
예전에는 다지증을 그냥 잘라내면 된다고 생각하는 의학수준이라서 성장과정에서
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어머니 되실 분이 이 사실을 알고 강력히 반대하셔서 제게 유전이 되지 않는다는
소견서를 써달라고 저에게 오신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지증은 유전이 되는 경우도 있고 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유전이 된다고 하더라도 태어난 자녀분이 모두 다지증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첫째가 다지증이라서 둘째를 임신하기를 두려워하는 보호자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러나 저희가 경험한 환자들에서 둘째가 이상이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습니다.
물론 첫째는 이상이 없는데 둘째가 이상이 있는 경우도 있구요.
그러나 다지증 환자의 가계도에서 다지증이 있었다면, 즉 가족력이 있다면
자녀에게 다지증이 발생할 확률은 매우 높아집니다.
그래서 소견서에 유전될 확률은 매우 낮지만 일반인에 비해 자녀에게 다지증이
생길 확률이 조금 높다라고 써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얼마 안되서 시어머니 되실 분이 아들과 같이 오셨습니다.
시어머니 되실 분이 어렸을 적에 한 마을에 발가락이 여섯개인 사람이 있었는데
그 가족들은 모두 그랬다고 그게 유전이 아니고 뭐냐고 따지셨습니다.
그분에게 다지증 유전에 대해 자세히 설명드렸고 예비 신부는 저희 병원에서 휘어진 손가락을
바로 잡는 관절 고정수술 후 결혼을 하셨습니다.
여기까지는 헤피엔딩인데 자녀분에 대한 소식은 아직 접하지 못해서요.
저도 한편으로는 걱정입니다.
어쨌든 엄지 손가락에 생긴 다지증에서 가족력이 없다면 아직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엄지 손가락 이외의 손가락에 다지증이 생기는 경우는 유전될 가능성이 높고 다른 부위의
선천성 이상을 동반한 증후군, 신드롬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6. 다지증, 언제 수술해야 할까요?
가능하면 일찍 수술하는 것이 더 좋으리라는 것이 상식적인 생각일 것입니다.
아무래도 수술후 뼈나 관절의 변형이 교정되기도 쉽고 상처나 뼈를 자른 부위도 잘 아뭅니다.
정상적으로도 아기들이 손가락를 잘 쓰는데는 훈련과 교육이 필요합니다.
가위질도 쉬운 것 같지만 애들은 잘 못하는 이유입니다.
수술을 빨리하면 이런 발달과정에도 도움이 되겠지요.
그리고 아이들이 손가락이 남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기 전에 수술하는 것이 정서상으로도 좋습니다.
그러나, 수술시기를 결정하는데 있어서는 다른 여러가지 요소를 생각해야 됩니다.
손이 너무 작으면 수술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뼈를 잘라서 교정해야되거나 인대를 만들어줘야 되는 복잡한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더 그렇습니다.
그리고 수술은 반드시 전신마취를 해야되고 복잡한 수술은 꽤 오랜 시간을 마취를
해야되므로 이런 전신마취를 견딜 수 있을 정도로 폐가 성숙된 뒤에 수술하는게 좋습니다.
너무 어리면 수술 준비를 위한 채혈, 혈관 주사도 힘들고 면역력도 떨어져서
입원 자체가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10kg정도면 수술할 수 있다고 설명했더니 부모님이 열심히 먹여서 8개월에 10kg으로
초 비만상태로 온 아가가 정맥혈관이 보이지 않아 채혈과 혈관주사가 불가능해서
수술을 연기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몸무게는 이야기 안하고 10개월 정도에만 하자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의학적으로는 만 1-2세 정도가 적당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돌잔치 문화 때문에 보통 10개월 정도에 수술을 하게 됩니다.
엄지 손가락 다지증의 경우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게 싫은 부모님 생각이
작용한 결과이죠.
상처가 아무는 시기인 두 달을 고려한 결과입니다.
발가락은 양말 안에 들어가서 안보이니까 돌 지나서 조금 더 늦게 하는 경우도 많구요.
다지증이라는 진단명은 단순히 손가락, 발가락이 하나 더 있다는 모양만을 보고
붙여진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매우 다양한 형태와 정도의 다지증이 그 안에 포함됩니다.
엄마들이 딸랑이라고 부르는 살만 혹처럼 매달려 있는 매우 간단한 형태부터 크기와
모양이 완전히 대칭적으로 생긴 복잡한 다지증도 있습니다.
손톱만 넓은 모양인 경우도 있고 손톱도 두 개, 끝마디도 두 개인 경우, 엄지 뿌리부터
두 개인 경우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크기와 모양이 대칭일 수록 수술은 더 어렵고 결과도 좋지 않습니다.
따라서 간단한 수술일수록 더 빨리 수술을 할 수 있고 복잡한 수술일수록 늦게 하는 편입니다.
딸랑이가 아주 얇은 줄기로 매달려있는 경우 신생아실에서 고무줄로 묶어서 혈액을 차단해서
떨어져 나가게 하는 시술을 하기도 합니다.
이 방법은 아마도 과거에 민간 요법으로도 시행되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딸랑이처럼 살만 혹처럼 있는 경우는 6개월 정도면 수술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런 헝태 보다는 손톱, 뼈, 관절을 잘라내야 되는 복잡한 형태가 훨씬 더 많습니다.
7. 다지증의 경우, 살만 형성되는 경우가 있고 뼈도 형성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두 경우 수술은 어떻게 다른가요? 부가적 수술과 그 시기는?
앞서 말했듯이 다지증은 그 형태와 정도가 매우 다르기 때문에 수술방법도 매우 다양합니다.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딸랑이 수술처럼 단순히 잘라내고 봉합하는 단순 절제수술,
그리고 가장 많은 경우에 해당하는 방법으로 한 개 더 있는 손가락을 잘라내고
뼈나 인대등을 재건하는 절제 후 재건수술, 그리고 두 개의 손가락을 합해서 하나로 만드는
조합술입니다.
어떤 방법으로 수술할지 결정하는 데는 당연히 다지증의 형태, 특히 손톱 크기가 매우 중요합니다.
손톱이 미용적 결과에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남겨질 손가락의 손톱 크기가.
정상적인 반대측 엄지 손가락과 비교해서 70-80%정도라면 하나 더 있는 손가락을 잘라냅니다.
보통은 바깥쪽 손가락이 대부분 더 작기 때문에 바깥쪽을 제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지증을 단순히 하나 더 있는 손가락을 제거하는 수술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두 개의 손가락이 인대, 힘줄, 뼈, 관절을 나눠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잘라내고
남겨진 손가락이 최대한 정상적인 모양과 기능을 가질 수 있게 재건하는 과정이
훨씬 더 어렵고 중요합니다.
따라서 무조건 잘라내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조직은 남겨서 나중에 재건에 이용될 수 있도록
해줘야 됩니다.
특히 잘라내는 쪽의 관절을 유지하는 인대들이 약해서 반대쪽으로 휘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신경을 많이 써야 되고 필요에 따라서는 뼈의 잘라서 교정하는 절골술이나 튀어나온 뼈를
잘라주기도 합니다.
다지증 후에 핀을 박아서 뼈와 관절을 지지해주어야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지증인 두 개의 손가락의 크기가 비슷하고 두 개 모두 정상 측의 손톱 크기의
70%가 되지 못하는 경우에는 두 개의 손가락 일부를 잘라내고 둘로 합치는 조합술을 합니다.
보통은 끝마디만 두 개인 경우에 사용됩니다. 이론적으로는 그럴듯 하지만 손톱을 둘로 합하고
뼈도 합치는 게 쉽지 않아서 손톱이 갈라지고 관절 기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다지증 수술 후에도 6개월-1년 간격으로는 진찰과 x-ray검사로 경과를 지켜봐야 됩니다.
어린 아이들은 뼈가 완전히 골화되지 못해서 연골로 된 부분이 많으므로
수술 중에 x-ray로 완전히 절제 되었는지 뼈가 똑바른지 확인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연골로 된 뼈의 일부가 남아서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튀어나온 뼈와 주위 조직을 잘라내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교정이 가능합니다.
초등학교 입학전에 해주는게 보통입니다.
가장 심각한 합병증은 지그재그 변형입니다.
앞서 두 개의 손가락이 대칭형일 때 수술이 어렵다고 했는데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영어 대문자 Y자나 집게 모양처럼 된 다지증에서 어느 한쪽을 잘라내도
똑바로 손가락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경우도 많지만 처음 재건수술 때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변형이 심한 경우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 뼈를 잘라 교정하기도 하지만
성장판 손상 우려 때문에 심하지 않는 경우는 손가락 뼈의 성장판이 닫혀가는 시기인
초등학교 졸업 때 하기도 합니다.
성인에서는 앞서 말한 예비신부의 경우처럼 관절 운동을 포기하고 관절을 굳혀서
똑바로 하고 안정성을 얻는 관절 고정술을 하기도 합니다.
8. 다지증의 경우, 엄지는 없고 검지가 두 개인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이 경우에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이 경우는 다지증이 아니고 손가락 개수는 다섯개인데 엄지손가락이
두 번째 손가락과 같은 위치에 있는 것입니다.
엄지 손가락은 다른 네 개의 손가락과 움직이는 방향이 달라서 그 방향이
90도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야 엄지가 다른 손가락과 만나서 집는 동작이 가능하니까요.
그리고 엄지는 다른 손가락 보다 뼈 마디 한 개가 없어서 더 짧습니다.
따라서 손가락 개수가 맞더라도 엄지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손의 기능이나 모양면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이런 경우는 한 개 더 있는 검지를 손가락 길이를 줄이면서 엄지 위치로
90도 틀어서 이동시키는 엄지화 수술을 해야됩니다.
물론 매우 어려운 수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