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환경에 노출되면, 손과 발이 유난히 시리고
심하면 통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겨울은 물론, 찬물로 집안일 할 때나
심지어는 여름에도 우기에는 종종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겨울에는 양말을 신거나
장갑을 껴야만 잠을 청하는 경우도 있다.
남들보다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것도 질병일까?
예손병원 수부외과 전문의 백구현 명예원장과
인터뷰를 통해 확인해보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흔히
‘손발이 차다’, ‘수족냉증’ 이라는 표현을 자주 한다.
문자 그대로 몸 전체가 다 차가운 것이 아니라
손발만 유난히 차가운 경우다.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으나, 추위에 노출될 경우
손발 혈관의 비정상적이며 지속적인 수축으로 인해
혈류량이 급속히 감소하는
이른바 레이노 현상 (Raynaud’s phenomenon)으로
인한 경우가 흔하다.
레이노 현상으로 고생하는 분들은
추운 환경에 노출되면 손발 특히 손가락과 발가락의
혈관이 병적으로 수축하여 시린 증상은 물론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드물지만 군복무 시절 혹한기 훈련 후
동상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있다.
겨울에 등산이나 오랜 야외 활동을 하면
동창 또는 동상으로 고생하는 분들도 있다.
이 분들은 레이노 현상 환자의 가능성이 있다.
바다로 피서 가서 해수욕은 좋아하지 않고
모래찜질만 좋아하는 분들이나,
등산 후 산 정상에서 몸이 식기 시작하면
안절부절 못하는 분들도 레이노 현상 환자일
가능성이 있다.
레이노 현상은 질병과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이 대표적이다.
과거 백구현 명예원장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연구 자료에 의하면 손목터널증후군 환자의 60%가
레이노 현상을 동반하고 있다.
레이노 현상과 손목터널증후군의 증상은
유사한 점이 있어 이 둘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다행히 손목터널증후군을 수술하면
레이노 현상은 78%에서 사라진다.
레이노 현상을 쉽게 진단하고
그 정도 얼마나 심한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려면,
혈류검사가 필요하다.
뇌 혈관과 심장 혈관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팔과 다리로 가는 혈관은 아무 관심도 없다.
몸의 혈관은 특정 부위만 골라서 나빠지지 않는다.
뇌 혈관이 건강하지 않은 환자는 팔, 다리의 혈관도
역시 병들어 있다.
다행인 것은, 뇌나 심장에 이상이 오면
생명에 지장이 있지만 사지의 혈관에 이상이 오면
쉬 피로하고 통증이 나타날 뿐 생명엔 지장 없다.
뇌 혈관과 심장 혈관의 건강 상태를 판단하는 검사는
여러 가지 있다.
그렇다면 사지의 혈관 상태를 알아보는 검사에는
무엇이 있을까?
혈관에 조영제를 주사하여 어디가 막혔나 알아보는
혈관조영술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사지 중 하나만 검사할 수 있고 침습적 방법인데다
조영제 부작용을 감수하여야 한다.
비침습적이고 부작용 걱정 없이
사지의 모든 혈관을 한 번에 알아보는 검사는 없을까?
그 답이 혈류검사기이다.
백 명예원장은 예손병원 부임 후, 혈류검사기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였으며 현재 최신 기종이 설치되어
가동 중이다.
혈류검사기는 사지 혈관 상태, 손발의 혈류량 측정은
물론 레이노 현상을 파악할 수 있다.
우선 상지의 경우, 겨드랑이, 팔꿈치, 손목에서의
주요 혈관이 어느 정도 막혔는지 정량적으로
검사할 수 있다.
하지의 경우, 사타구니, 무릎, 발목에서
주요 혈관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또한 열 손가락과 열 발가락 각각의 혈류량을
측정할 수 있다.
그리고 레이노 현상의 진단과 심한 정도도
알아볼 수 있다.
수지 손상, 당뇨병, 손목터널증후군 환자 등은
혈류검사가 필요하다.
손가락 절단 환자의 접합술 후, 혈액 순환이 얼마나
잘되는지는 의사의 경험과 직관으로 판단해 왔다.
숙련된 의사의 판단은 어떤 검사보다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숙련도는 오랜 경험을 토대로 한다.
모든 의사가 처음부터 이러한 경지에 도달할 수
없으며, 설사 숙련된 의사라도 밤새 환자 곁에서
날을 지새울 수는 없다.
혈류검사기로 재접합한 수지의 혈류량을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다.
당뇨로 오래 고생하신 환자 중 일부는
손,발가락을 절단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혈관이 막히기 때문이다.
혈류검사기로 사지의 부위마다
혈관이 얼마나 막혔는지를 미리 알 수 있다.
또한 손,발가락 각각의 혈류량을 측정할 수 있다.
적절한 치료 계획에는 물론 수술 후 예후 판단에도,
혈류검사는 필수적이다.
손목터널증후군 환자에 동반된 레이노 현상도
혈류검사기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레이노 현상에 대한 수술 전 검사로,
환자와의 보다 정확한 치료 및 예후 상담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