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의 마비- 손목 처짐- 요골 신경마비
(Saturday Night Palsy-The Wrist-Drop-Radial Neuropathy)
갑자기 손가락이 안펴지고 손목도 안 올라가니까 무척 걱정되시죠?
토요일 밤의 마비는 요골신경만 마비되는 단일 신경 마비의 한 형태를 부르는 미국식 별칭입니다.
“토요일 밤”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것은 과도한 음주입니다.
음주로 인해 자신의 몸을 제대로 못 가누는 사람이 술집의 상 모서리나 벤치 모서리 등에
윗 팔을 누른 채로 잠이 들었을 때 요골신경이 눌려서 아침에 일어나면
손목이 처져서 안 올라가는 상태가 됩니다.
제가 본 환자들 중에는 엎드려서 자면서 아래팔에 얼굴을 베고 잔 경우에 생긴
마비도 있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팔이 저려서 깨거나 자면서 자세를 바꾸게 되지만
과도한 음주로 인해 이러한 우리 몸의 보호 반사 능력이 떨어지게 되어
장시간 신경이 눌리게 됩니다.
신혼여행(honeymooners palsy) 마비도 신혼여행의 고단함(?)으로 인해
생긴 요골 신경 마비로 같은 증상을 부르는 별칭입니다.
신부를 팔베게 해주는 경우나 소파의 등받이에 팔을 얹고 자면 생깁니다.
이러한 상황은 수면제를 먹고 잔다던지 하는 경우에도 생길 수 있습니다.
미국 교과서에는 시골 청년이 아름다운 첫 데이트 상대를 만나서 동시 상영 영화를
보러가서 두 편의 영화를 보는 내내 팔을 데이트상대 뒤로 하고 있다가 마비가
왔다는 예도 있습니다.
보통의 환자들은 술이 가장 흔한 원인이고 대부분은 전날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일명 테이프가 끊긴)였습니다.
평소 술을 많이 드시는 분은 영양소 부족등으로 신경이 약해지므로 조금만 눌려도
마비가 더 잘 올 수 있습니다.
계속 술야기를 했지만 술을 먹어야만 이 마비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당뇨가 오래된 경우는 당뇨 조절이 잘되더라도 말초 신경병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고
그런 경우 신경이 매우 약해서 살짝만 눌려도 마비가 더 잘 옵니다.
아무래도 감각도 둔하고해서 자세 변경도 잘 안되구요.
요골신경이 상지(윗팔과 팔꿈치, 아래팔)를 지나는 동안에 어느 곳에서든지
외부 압력에 의해 신경이 손상되는 경우 이러한 요골신경마비 증상이 나타납니다.
위팔(상완)의 중간정도에서 요골신경이 뒤에서 앞으로 돌아 나오면서
뼈에 가까이 있어서 이곳이 취약한 곳으로 보통은 여기서 많이 눌립니다.
신경은 매우 예민한 조직으로 칼과 같이 날카로운 물체에 의해 베이거나 찔리는 것
이외에도 단순한 눌림만으로도 마비가 올 수 있습니다.
낮은 압력으로 오랜 기간 동안 눌려서 신경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대표적인 경우는
수근관 증후군(팔목 터널 증후군)이나 팔꿈치관 증후군(주관 증후군, 지연성 신경마비)등입니다.
높은 압력으로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마비가 오는 경우의 대표적인 경우가
이 토요일 밤의 마비입니다.
수술실에 쓰는 지혈대도 일정시간(보통은 2시간 이내)이상 오래 쓰면 팔이나 다리에
마비가 오는 것도 이러한 신경 손상의 한 예입니다.
긴 목발을 겨드랑이에 끼운 채로 계속 사용하다가 생긴 목발 마비도 요골 신경마비의
한 유형인데 이 경우는 신경이 매우 위에서 눌려서 팔꿈치를 펴는 삼두박근도 마비가 옵니다.
증상은 눌린 정도(압력과 지속시간), 눌린 위치에 따라 달라집니다.
보통의 증상은 손목 처짐(그림 참조), 손등부위의 감각이 떨어지고 손가락을 펴기 힘듭니다.
손가락과 손바닥이 만나는 관절인 중수지 관절을 펴기 힘듭니다.
손가락 쪽의 마디는 다른 신경이 지배하므로 어느 정도는 펼 수 있습니다.
손가락과 손목을 구부리는 굴곡건은 요골신경과는 무관하므로
당연히 구부리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들이 주먹을 잘 쥐지 못하고 힘이 약해졌다고 합니다.
이것은 손목이 손바닥쪽으로 구부러진 상태라서 주먹을 꽉 쥘 수 없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손으로 테스트 해보십시요.
손목을 구부린 상태에서는 정상에서도 주먹을 꽉 쥘 수 없습니다.
주먹을 꽉 쥐려면 손목은 약간 뒤로 젖혀져 있어야 됩니다.
이러한 눌림에 의한 요골 신경 마비는 대부분의 환자에서 저절로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초기의 신경 손상정도(눌린 시간과 압력에 따른), 위치(팔 위쪽으로 갈수록 늦음),
건강 및 영양 상태와 나이(젊을수록 회복이 빠름)등에 따라 신경의 재생회복속도는
다릅니다.
1-2 개월 내에 회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수년에 걸쳐 회복되는 경우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경이 눌린 다음에 회복되는 것은 몸통 쪽에서 손끝 방향이므로
보통은 손목의 처짐 증상이 먼저 없어지고 그다음 손가락 처짐이 돌아옵니다.
지금까지의 제 경험으로 봐서는 토요일 밤의 마비가 맞다면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은 환자는 보지 못했습니다.
본인이 하는 운동은 손목과 손가락을 반대 손으로 도와서 수동적으로 완전히 펴고
능동적으로(자기 힘으로) 주먹을 쥐는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서 힘줄이나 근육이 짧아지거나 늘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관절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전기 자극 치료(TENS)같은 것이 근육의 위축을 막을수 있다고는 하나
큰 효과는 기대하기 힘듭니다.
손가락에 힘이 없다고 가끔 고무공을 쥐고 운동하는 환자들을 보는데
이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펴는 근육에만 마비가 오고 쥐는 근육에는 마비가 없기 때문입니다.
손목을 뒤로 20-30도 정도 젖혀지도록 고정해주는 부목이나 보조기를 착용하면
앞서 말씀드린 대로 손가락의 힘이 좋아지므로 생활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손목에 하는 부목은 그런 역할이지 그 자체가 신경을 보호하는 효과는 없으므로
잠시 풀고 목욕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다른 추가적인 치료는 비타민 복용입니다.
아직 정확한 입증 결과는 없지만 비타민 B가 신경회복에 관여한다는 주장이 있으므로
종합 비타민을 먹는 것이 좋습니다.
종합 비타민 자체가 몸에 좋은 것이므로 손해 볼 것은 없을 것입니다.
또한 음주를 많이 하시는 분들은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비타민도 도움이 됩니다.
회복되기 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음주는 절대로 피해야 됩니다.
또다시 같은 손상을 입을 가능성도 있고 알콜 자체가 직접적인 신경 독성작용이 있고
음주가 영양상태를 나쁘게 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술을 평소에 많이 드시는 분들은 신경이 약해진 상태라서
이러한 신경마비가 살짝만 눌려도 잘 온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리고 신경회복에 담배가 나쁜 것은 확실한 의학적 증거가 있으므로
금연하셔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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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병원 상담 게시판에 요골신경 마비로 검색해보시면 환자분과 같은 환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실 것입니다.
그 중 한분이 본인의 회복과정에 대해 자세히 써놓은 것이 있으므로 참고하십시요.
마비라고 하면 환자들이 겁을 많이 먹고 이것 저것 치료를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 수술이나 다른 치료를 한다고 해서 더 좋아질 것은 없습니다.
한약, 침과 찜질 같은 치료도 별 도움이 안되니 쓸데없이 돈을 쓰는 일이 없도록 하세요.
그리고 당뇨가 있으면 이런 치료 중 잘못하면 감염이나 화상의 위험성이 더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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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요골신경마비로 자문을 구했었는데,
귀 병원의 좋은 답변으로 거의회복이 되었습니다.
혹시 참고가 되실지 몰라 제 사례를 올립니다.
나이 : 39세
성별 : 남
흡연 : 안함
발병배경(?)
- 발병 1개월전부터 근무일(주5일) 거의 매일 술을 마심
- 발병 1주일전 제안서 작업으로 격무에 시달림(?)
- 발병 3일전 거의 밤샘 작업을 하고, 발병 전일 사무실 의자에서 1시간 수면
- 밤을 거의 샌 상태에서 회식이 있어 술을 먹다 의자에 앉아 졸았는데 손목 마비됨
경과
- 일주일간 한의원을 다녔으나 호전반응이 없음
- 정형외과에서 근전도검사를 추천 받음
- 재활의학과에서 근전도검사후 요골신경마비 판정(?)
- 약 2주간 스테로이드 처방 및 물리치료 받음
- 재활의학과에서 호전반응이 없다며 정형외과를 소개시켜 주며 수술 권유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상당히 궁금하며 의심스럽기까지 함)
- 예손병원 자문 등을 통해 당분간 기다려 보기로 결정(비타민B 복용 시작)
- 10일 정도 경과후 약간의 반응을 보인 후 약 한달 이상 동안 서서히 호전됨
- 발병 80일째인 현재 움직임에 불편함이 없으나 다소 힘이 부족한 느낌 정도임
특이사항
- 음주가 신경을 약하게 해서 금주를 하는 것이 좋다고 들었으나,
음주가 회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판단됨(개인적의견)
- 오히려 부득이 음주를 한 다음날 새롭게 호전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음
(음주에 대한 자기 합리화...^^)
1월16일 : 음주후 호프집에서 2~30분 졸았다는데 손목에 마비옴
1월23일 : 한의원 다니다 차도가 없어 재활의학과에서 근전도검사
팔목에서 신경이 눌렸다고 스테로이드 처방 및 물리치료 시작
2월9일 : 2주간 치료를 했는데 변화가 없다고 수술을 권유 받음(정형외과 추천)
팔목에 대해서만 간이 근전도검사 실시후 결정
2월19일 : 미세한 반응을 보인후 서서히 회복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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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환자의 글을 읽어보시고 자신감을 가지십시요.
아무 것도 안하는 것도 치료라는 것도 잊지 마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