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infection)은 반드시 바이러스, 곰팡이, 세균등 병원성 미생물의
외부의 침입에 의해 생긴 염증을 말하므로 보다 좁은 의미입니다.
(병원성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모든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병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는 것만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 몸의 피부에는 피부 상재균이 있는데도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이 외부의 적 침입을 막아내기 위한 우리 몸의 방어기능으로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 감염입니다.
물론 감염이 되려면 병원성 미생물만의 존재로는 안됩니다.
감염은 우리 몸에 병원성 미생물이 들어와서 염증반응을 일으켜야지만 성립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죠.
쉬운 예로 세균이 득실대는 대변이 늘 접촉하고 있는 대장과 항문에 감염증상이
없는 이유죠.(여기에도 문제가 생기면 감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만)
화상이나 살짝 베인 상처에도 처음에는 단순한 염증이지만 병원균이 들어가면
감염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피부는 매우 중요한 우리 몸의 방어막인데 화상이나 상처가 이 방어막을 손상시켜서
병원성 미생물의 침입에 약해지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상처가 감염으로 진행되지 않는 것은 우리 몸이 면역등 자기 방어 기능을
추가로 작동시키기 때문입니다.
상처에서 피가 나는 것은 기본적으로 들어온 미생물을 밖으로 씻어내는 효과를
얻기 위한 우리 몸의 반응입니다.
그래서 칼에 베인 상처가 송곳이나 못에 찔린 상처보다 감염이 덜 생깁니다.
일반 환자들 무서워하는 파상풍도 찔린 상처에서 훨씬 잘 생깁니다.
물론 파상풍이 찔린 상처에서 잘 생기는 것은 파상풍균이 혐기성 세균이라서
공기를 싫어하는 균이기도 때문입니다.
찔린 상처는 금방 입구가 막혀서 공기가 차단되기 때문이죠.
겉에 아무리 소독약을 발라도 안에 있는 세균을 죽일 수 없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구요.
꼭 상처가 있어야만 세균 감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감기도 엄밀히 말하면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염증 반응입니다.
균을 배출하기 위해서 콧물도 나고 기침도 나오는 것입니다.
요로감염은 소변길에 균이 들어가 염증이 생기는 것이구요.
얼마 전에 뉴스에 나온 치아관리를 잘하면 심장 질환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도
충치에 세균감염이 심장으로 가서 심장에 감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 하나의 가설입니다.
그래서 심장 수술을 받은 분들은 치과 치료전에 미리 항생제를 예방적으로 투약해야됩니다.
노인이나 당뇨병 환자등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혈액순환이 잘 안되는 환자나
부위에서도 감염은 잘 일어납니다.
당뇨병 환자들은 발에 조금만 상처가 생겨도 감염으로 진행되고 절단을
해야 될 정도로 심각해집니다.
면역력도 약하고 혈액순환도 잘 안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런 환자들은 감염이 급격히 진행되어 몸 전체로 균이 퍼져서
치명적인 패혈증이 될수도 있습니다.
감염도 염증 반응의 일종이기 때문에 붇고 아프고 벌겋게 됩니다.
그래서 때로는 이게 단순한 염증인지 감염인지 구별하기 힘든 경우도 많습니다.
엄지 발가락에 벌겋게 되고 아파서 오면 통풍일수도 있지만
세균이나 곰팡이 균 감염에 의한 봉와직염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피 검사, x-ray등으로 구분할 수도 있는 경우도 있지만 검사에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는 어쩔 수 없이 감염과 염증을 동시에 생각하고 치료를 합니다.
일반적인 세균에는 항생제(바이러스는 항바이러스제, 곰팡이는 항진균제)를 투약합니다.
세균이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듯이 항생제도 매우 다양하게 있습니다.
고름이 나오지 않는 세균 감염이나 예방적 목적의 항생제 투약에는 주변에서
흔한 세균, 포도상 구균, 연쇄상 구균 등의 감염으로 생각하고 투약합니다.
물론 고름이 나오는 경우는 어떤 세균이 있고 어떤 항생제에 잘 듣는지 균배양동정과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하기도 합니다.
농(고름)은 우리 몸이 병원성 미생물과 싸우다가 전사한 백혈구의 시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이안에도 세균들이 많겠지요.
상처를 째서 고름을 짜내주는 치료를 하는 것은 고름 자체가 염증 물질이 많아서
우리 몸의 조직을 파괴하는 역효과와 세균이 많이 있기때문입니다.
또한 고름과 고름집(농양, 종기)에는 항생제가 잘 들어갈 수 없어 항생제 효과도 떨어집니다.
우리나라에 의료보험이 없던 시절에는 의료비가 너무 비싸서 곪아도 병원에 갈 형편이 되지 않아
고약이라고 까맣게 된 반죽같을 것을 붙혀서 고름을 빼던 때가 있었습니다.
째서 고름을 빼내는 것과 같은 효과지요.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 “마의”에서 외과술이라고 해서 고름을 빼내는
수술 장면이 여러번 나왔습니다.
물론 허구적 이야기지만 그래도 이해가 쉬울 것 같아서 설명드려봅니다.
“부골저”라는 질환인데 현대의학에서는 골수염에 해당합니다.
항생제가 없던 시절이니까 기존 한의학으로는 감염이 아닌 단순히 염증 치료만
시행하게 되었고 결국은 세균이 몸 전체로 퍼지는 패혈증으로 환자가 죽게 되는 것입니다.
외과술로 고름을 빼내주는 것만으로도 치료가 될 수도 있었지요.
물론 수술 도구를 멸균 소독하는 기술이 떨어지니까 수술이 오히려
감염을 유발할 수도 있는 거구요.
주인공은 외과술에 의한 감염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과 연구를 한 것이구요.
요즘 의학에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그때 당시로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죠
(물론 드라마 자체가 허구라서 아쉽지만)
골수염이 치료가 어려운 것은 골에 감염이 생기면 골 자체가 죽어서 혈액순환이
차단되버립니다.
이 죽은 뼈를 부골이라고 하고 이 죽은 뼈안에 균이 숨어있으니까
아무리 좋은 항생제를 쏟아 부어도 혈액이 그 안까지 가지 못해
균을 죽일 수 없는 것이죠.
따라서 당연히 고름을 짜내는 것과 같이 죽은 뼈를 제거해주는 것이
골수염 치료의 핵심입니다.
항생제도 먹는 항생제와 엉덩이 주사와 같은 근육주사, 정맥 혈관에 직접 맞는
정맥 주사가 있습니다.
왜 누구는 입원해서 정맥주사를 맞고 누구는 먹는 항생제나 근육주사로 치료를 하는지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항생제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혈중 농도라고 해서 혈액 안의 항생제 농도입니다.
항생제 농도가 세균을 죽일 정도가 되지 못하면 오히려 내성만 키우는 게 됩니다.
즉 항생제가 혈액을 따라 세균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균을 죽여야 되는데
이 농도가 유지되지 못하면 안 되는 것이죠.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당뇨환자에서 감염 치료가 안 되는 이유 중에 하나이구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고름집, 부골등도 항생제가 혈액을 타고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째고 제거해야 된 것입니다.
항생제는 몸에 들어와서 혈액을 타고 몸안을 돌게 되는데 뇌 척수액이나
소변길의 감염이 생긴 경우 뇌척수액이나 소변길로 건너갈 수 있는
항생제를 써야 됩니다.
모든 항생제가 건너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먹는 항생제와 근육주사, 혈관주사를 통한 항생제 투약의 가장 큰 차이는
혈중 농도 유지에 있습니다.
먹는 항생제는 아무래도 규칙적인 복용이 힘들고 사람마다 흡수율이 다르기 때문에
일정한 혈중 농도를 유지하기 힘듭니다.
근육주사는 비교적 혈액순환이 잘되는 근육에 항생제를 투입하기 때문에
비교적 빠른 흡수가 되는 장점이 있으나 이것도 일정한 농도를 유지하기 힘들고
아무래도 맞을 때마다 통증이 심한 것이 단점입니다.
이에 비해 혈관주사는 혈관 내에 직접 주사를 주기 때문에 바로 혈액 안에
농도를 올릴 수 있고 혈관 주사 길을 확보해놓으면 며칠 동안 그 부위로
주사를 주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이 단점입니다.
그렇지만 심한 감염인 경우는 반드시 혈관주사로 치료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자칫 시기를 놓치면 패혈증과 같은 생명이 위험할 정도의 심각한 합병증으로
진행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항생제에 따라 먹는 제제로는 만들 수 없는 경우도 있고
근육이나 혈관 주사로는 투약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