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환자 문의내용
- 해당 문의 내용은 원본이 아닌 각색한 내용입니다.
안녕하세요, 궁금한 게 있어서 여쭤봅니다.
제가 얼마 전 넘어져서
손목 요골 골절을 당했는데
다친 후 5일째 되는 날
금속판 고정수술을 했습니다.
수술 3일 뒤인 오늘 외래 진료 가서
반깁스 풀고 왔습니다.
당연히 통깁스 할 줄 알았는데
그냥 찍찍이(벨크로)가 있는
플라스틱 반깁스로 바꾸고
집에 가서 조금씩 손목 운동을 하라고
운동 방법 알려주시더니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빨리 재활운동 안 하면
나중에 손 못쓴다고 하면서요
수술 전에도 깁스 3일하고
운동한다고 하시긴 했는데...
손목이 완전히 회복 안된 상태에서
보조기도 없이 3일 만에 재활해도
되는 건가요?
A. 수부외과 세부 전문의 답변
과거와 달리 원위 요골 수술에 사용하는
금속판이 발전해서 조기 재활을 해도
문제가 거의 생기지 않을 정도로
튼튼한 고정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환자분들마다 다르지만)
그래서 저희 예손병원은 3~5일(늦어도 2주 정도) 면
부목을 풀고 손목 재활 운동을 하는데
빠르면 빠를수록 수술 회복 속도도 빠릅니다.
심한 골다공증이 있는 80-90세 이상에서도
적극적인 수술을 해서 빨리 손을 쓰시게 하면
따로 재활을 하지 않아도
일상생활에 빨리 돌아갈 수 있어서
환자도 편하고 옆에서 간병하는 보호자도
편해집니다.
금속판 고정은
힘줄을 제치고 수술하기 때문에
빨리 재활하지 않으면
힘줄들이 수술 부위에서 엉겨 붙어
더 고생합니다.
금속판 고정하고 통깁스를 하면
절대로 안 되는 이유죠.
손목 요골 골절 후 재활 할 때
손목 전체를 감싸는 보조기나 보호대, 탄력붕대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면
많은 환자분들이 의아해 합니다.
물론 밖에 외출할 때는
넘어지거나 무리한 힘이 가해질 수 있으므로
환자분 스스로 풀었다가 다시 착용할 수 있는
벨크로가 달린 최소한의 보호를 위해
반깁스(플라스틱 부목)는 착용하도록 합니다.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아래 그림을 보십시오.
리스터 결절이라고
녹색 타원형으로 표시된 원위요골 뒤쪽에
튀어나온 부위가 있는데,
이게 엄지 손가락 펴는 힘줄(장모지 신전건)의
도르래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위로 하얀색으로
손목을 가로지르는 벨트 같은 게 있습니다.
(신전 지대라고 합니다)
손목 원위요골 골절은
대부분 경우 손을 짚고 넘어져 발생하므로
손바닥보다는 손등 쪽이 더 많이 어긋나고
부스러집니다.
골절 후 아무는 과정에서 가골이
(가골:손상 부위에 새로 생긴 불완전한 골조직)
골절 부위에 생겨서 약간 튀어나오게 됩니다.
원래는 아주 매끄러운(얼음보다 더 마찰이 적은)
표면을 힘줄이 왔다 갔다 하는데
골절이 생기고 이 가골이 생기면
힘줄이 지나는 길이
울퉁불퉁해지고 튀어나옵니다.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절벽을 밧줄을 타고
오르는데 밧줄이 바위의 날카로운 곳이
긁히면서 한 가닥씩 끊어지는 장면을
본 적 있을 겁니다.
같은 식으로 대입해 보면
엄지손가락 펴는 힘줄(장모지 신전건)이
밧줄이고 바위의 날카로운 부위가
새로 생긴 가골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렇게 닳아져서 힘줄이 끊어지므로
골절 후 엄지손가락 힘줄이
바로 끊어지는 게 아니고 골절 후
2-3주 이상 지나서 심지어는
몇 년 지나서도 끊어집니다.
금속판 고정수술로
뼈를 튼튼하게 고정하면
상대적으로 가골이 덜 생기므로
오히려 수술을 안 할 정도의
경미한 골절에서 부목 치료할 때
힘줄 파열이 더 잘 발생합니다.
(그렇다고 경미한 골절에서
금속판 고정수술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엄지손가락 펴는 힘줄은
그냥 직선으로 움직이는 다른 손가락들
힘줄과 달리 앞서 말한 도르래 역할을
하는 리스터 결절(Lister's tubercle)에
한번 꺾여서 돌아가므로
쉽게 끊어지는 거죠.
게다가 신전지대라고 하는 힘줄을
잡아주는 벨트가 힘줄이 뼈에 딱 붙어서
움직이게 하는 부위라서 마찰이 더
증가하는 것이고요.
(어린 아이들은 뼈 막이 두꺼워
마찰이 잘 생기지 않아서
이런 파열은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결국 마찰에 의한 마멸성 파열이므로
마찰을 줄이는 게 예방책입니다.
부기와 가골 때문에,
안 그래도 좁아서 위험한 손목을
한 바퀴 완전히 감싸는 통깁스나
손목 보호대는 힘줄을 뼈에 더 눌러서
마찰을 일으키는 효과를 발휘하므로
힘줄 파열이 더 쉽게 일어나는 것이죠.
따라서 원위 요골 골절에서
깁스로 치료할 때는 통깁스보다
뒤가 열려있는 반깁스가
힘줄 파열 면에서는 더 안전합니다.
다만 골절 자체로만 본다면
통깁스가 더 안전합니다.
요즘은 수술 방법과 금속판이 발전했기 때문에
반깁스로 골절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수술하는 게 더 좋습니다.
골절 수술보다 엄지 힘줄 수술이
파열되었을 때 재건 수술이 더 크고
흉터, 통증, 비용, 재활 기간이 더 기니까요.
그리고 가골이 생기기 전에
엄지 손가락을 열심히 움직여주면
힘줄이 가골이 튀어나오지 않게
눌러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많은 환자들이 손가락을 움직이면
뼈가 어긋난다고 움직이지 않는데
손가락 움직임에 뼈가 어긋나는 경우도 드물고
(가골이 생기고 나서 엄지 손가락을
움직이면 더 잘 끊어집니다.
그래서 통깁스를 하고 풀고
재활을 시작할 때쯤 끊어지는 것이죠.)
손가락을 움직여서 뼈가 어긋날 정도라면
수술하는 게 더 좋습니다.
힘줄이 파열되기 전에
마찰에 의한 염증으로 리스터 결절 부위에
통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런데 일부 환자들은 그것을
골절 때문이라 생각하고
이 통증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으며
주사나 무언가 찌르는 치료를 받기도 합니다.
손목이 다시 아프니까
탄력 붕대나 보호대 등 더 감으려고 합니다.
이렇게 뭔가 찌르는 치료나
감싸는 치료는 힘줄 파열을 더 조장하게 됩니다.
골절은 시간이 지나면
덜 아파져야 정상인데 갑자기 더 아파지면
반드시 어떤 문제가 발생한 것이므로
빨리 수술하신 병원을 방문해야 됩니다.
빨리 내원하시면 파열되기 전에
예방적으로 힘줄 터널을 열어주는
수술을 하면 됩니다.
파열된 뒤에 수술하는 것보다
흉터나 통증, 비용, 재활과 회복 기간 면에서
더 좋습니다.